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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영화계엔 이상한 징크스가 있다. '공포영화는 여름에 개봉해야한다' 짧고도 확실한 이 명제는 1998년 최강희가 여고괴담1에서 둥둥둥 점프샷으로 일략 스타가 되고난 후 짜임새라고는 눈씻고 찾아볼수 없는 우리나라 공포영화들이 겨울을 피해 여름에 개봉함으로써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정도를 꾸준히 기록하며 아직까지 우리나라 공포영화가 한철장사에 머물수 밖에 없는 족쇄로 남기도 했다.

이러한 비공식적인 룰이 어쩌면 올해엔 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미칠듯한 추운 날들속에서 말이다. 2010년, 올해의 겨울은 요 몇년과는 달리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남기기라도 하듯이 정말 답안나오는 추운날의 연속이다. 연초부터 말도 안되는 눈을 뿌리더니 그때 쌓인 눈이 녹을 겨를도 주지 않는 정말이지 두손두발 다들수밖에 없는 추위이다. 그 추위의 한가운데서 나를 더 오싹하게 만드는 '파라노말 액티비티(이하 파라노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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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말 액티비티를 볼 계획이 있으신 분은 더이상 읽지 않으시길 추천해드립니다. 스포일러는 없지만 영화에 대한 아무 정보없이 이 영화를 접하시는게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진수를 느끼실수 있습니다. 아무 정보 없이라는 말에서 정보란 영화관련 정보 모두를 말합니다(심지어 예고편도 보지 않으시는것을 추천)
결론만 말하자만 별5개가 아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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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라노말'의 한국 공식 포스터를 보면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소위 영화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알만한 할리우드 대표감독의 이름이 박혀있다. 사실 낚시성이 아주 강하긴한데 이 '파라노말'은 사실 스필버그의 작품이 아니다. 올해(2010) 개봉하기는 했지만 실제 미국 제작시기는 2007년이고 또한 연출자 역시 오렌 펠리라는 비디오게임 프로그래머 출신의 신인 감독이다. 제작자도 아닌 스필버그가 포스터에 대문짝 만하게 찍혀있는것은 그가 이 영화를 본 후 자신의 방문이 잠겨지게 되고 열쇠수리공이 와서 문을 열게 되기까지 꼼짝도 못했다는 등의 소문이 퍼지면서 미국에서 이 영화가 흥행가도를 달린 이유때문일것이다. 물론 스필버그는 이 일 이후 '파라노말' 영화의 판권을 사게되고 마지막 엔딩부분을 재촬영하게 됨으로써 우리가 보게되는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탄생되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초자연적 현상이라는 제목처럼 3년간 동거를 해온 미카, 케이티에게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초현실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케이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카는 이같은 현상을 증명하기 위해 카메라와 사운드 녹음장비를 구입하여 자신들의 모든 일상을 촬영하게 된다. 영화는 이처럼 미카가 촬영한 영상들을 편집하여 구성된다.

내가 우리나라의 공포영화들을 꺼리는 이유중의 하나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비현실적 사운드효과와 깜짝 놀래키는 영상인데 '파라노말'은 사실 이런 것을 기대한 관객들에겐 실망스러운 영화일수 있다. 그렇지만 '파라노말'의 진수는 그렇게 관객을 깜짝 놀래키는 단순한 연출적 장난이 아니라 초현실적 현상으로 다가가는 데 이어지는 '빈공간,빈시간'들이다.

20여일 정도의 내러티브 타임중에서 실제로 그러한 비현실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현상을 접하고 대처하는 미카, 케이티의 모습에 관객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밤이 두려운 케이티 처럼 관객인 나도 밤이 무서워진다. 러닝타임때문에 빠르게 진행되는 그들의 밤시간이 제발 멈추지 않기를 나도 모르게 기도하게 되고 화면에 조그맣게 찍힌 시계가 제발 멈추지 않기를 기도하게 된다.  

연출적 의도인지는 모르나 불안정한 화면의 구도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안함에서 빠져나올수 없게 만든다. 영화의 컨셉자체가 미카가 촬영한 기록물을 토대로 제작되었으므로 비영상전문가인 미카, 그리고 셀프카메라의 특성상 시종일관 거친 핸디헬드의 불안정한 화면이 이어질수밖에 없다. 게다가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거칠지 않은 즉 안정되고 구도가 잡힌 화면인 침실씬에서 거의 대부분의 미스테리들이 발생됨으로 관객들은 무의식적으로 그 불안함을 영화를 보는 내내 가져갈수 밖에 없다.

감독은 영리하게도 관객들이 가장 편안한 장소로 생각하는 집, 그것도 침실을 주배경으로 삼음으로써 미카, 케이티에게 감정이입을 쉽게 하였고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구할수 있는 디지털홈비디오 장비들을 이용하고 또한 관객들에게 노출시킴으로써 공포영화의 필수덕목인 동질감을 갖게 만들었다. 비록 '파라노말'은 페이크다큐이지만 이같은 설정을 통해 관객들이 마치 유튜브를 통해 어떤 비극적이고 공포적인 사건들을 목격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같은 효과는 중반 이후 잠깐 등장한 다이앤의 엑소시즘씬이 너무나 연출적이고 유치해보일정도였다.


한국의 공포영화들에게 고함

 파라노말 이전에도 블레어위치같은 페이크다큐의 수작들이 있었으나 이렇게 파라노말에 열광할수 있는 것은 블레어위치시대에는 갖춰지지 못한 UCC동영상에 대한 친밀감이 수반되었기 때문일것이다. UCC 탄생 초기 그 결과물에 대한 저급성 논란과 대안으로써 PCC등이 대두되긴 했지만 이제 UCC동영상은 그 논란을 넘어 안정화수준으로 넘어갔다. 휴대폰처럼 동영상을 촬영할수 있는 기계들이 도처에 널리고 큰돈없이도 꽤 괜찮은 화질의 영상을 얻을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게다가 유튜브같은 동영상사이트가 대중화되었고 누구나 동영상을 촬영할수 있고 또한 다른 사람이 만든 동영상을 쉽게 접할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같이 동영상에 대한 기술적 거리감이 0에 가까워졌음에 우리가 파라노말에 쉽게 속아줄수 있는 것이다.

 아바타의 제작비가 5억불이나 된다고 한다. 물론 그 결과물은 훌륭했고 영화는 이제 새로운 신세계로의 첫발을 내딛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숫자에 껌뻑 죽어 한국적 아바타를 쫓는 일이 우리나라 영화계에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파라노말은 15000불로 제작되어 1억불이 넘는 수익을 남긴 저투자 고수익의 초우량 작품이다. 그 수익의 뒤편에는 현시대를 읽는 연출자의 날카로운 해석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무엇에 적응하였는지 무엇을 요구하는것인지

 아마 우리나라에도 지금쯤 올 여름을 겨냥해 수많은 공포영화가 기획단계중이거나 제작중일것이다. 관객들을 놀래킬 수많은 장난들을 고민하고 있을것이다. 그들에게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추천한다. 순간적 발상에 깃댄 연출적 장난들은 시대의 큰 흐름을 꿰뚫은 '파라노말'을 넘어서지 못한다.

논란이 많겠지만 별5개가 아깝지 않다.

Posted by 하이빠 하이퍼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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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필그레이 2010/01/17 2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별 다섯개를.^^ 인상깊게 보셨군요.^^ 뭔가 상황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는 경우가 있긴하지만 일단 저도 흥미롭게는 봤어요.다만 초중반까지 좀 지루했어서리..ㅜㅠ 그나저나 감독은 완전 대박이네요.로또 맞은거예요.^^

    • BlogIcon 하이퍼세이지 2010/01/17 22:22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정말 아무정보없이 영화를 본터라 공포감이 더했습니다. 그래서 어느정도 정보를 습득하고 보신분들이랑은 조금 차이가 나겠죠^^;; 그리고 제가 알기로 스필버그가 판권을 사들인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수익의 대부분은 스필버그가 챙기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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